▲ 지난 2006년 1월, 거제시는 지역출신 윤무부 박사와 새공원건립 기존합의서를 체결했었다.

새거제신문이 지난해 8월 지적했던 ‘새(鳥) 공원 조성사업 표류 논란’과 관련해 이 사업은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006년 출발 당시부터 삐걱댔던 이 사업은 조류학자 윤무부 박사가 감정만 상한 채 등을 돌리면서 무산 우려가 제기돼 왔다. 거제시는 윤 박사의 포기 의사가 확실시됐던 지난해 8월만 해도 관련 용역을 거쳐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10월 현재, 뚜렷한 얘기가 없다. 거제시는 ‘잠정 보류’ 입장만을 밝히고 있고 기약 없는 민자투자를 기다릴 뿐이다.

새 공원 조성, 날기도 전에 ‘삐걱’

지난 2006년 1월2일 김한겸 전 시장과 윤무부 박사가 기본 합의서를 체결한 직후부터 이 사업은 삐걱댄다는 지적을 유발했다. 기본 합의서 체결 이후 8개월이나 지나서야 자문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그런데 시의회는 관련 예산을 앞서 삭감해버리고 말았다. 거제시의 의회의 엇박자가 연출된 것이다. 윤 박사와 거제시의 원만한 협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윤 박사가 당초부터 일관되게 밝혔던 ‘사이버영상조류박물관’을 거제시는 못 미더워했다.

윤 박사의 복안에 대해 거제시는 관광 수요를 충족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와중에 자문위원회는 해외 새 공원을 견학했고 거제시도 2007년 2월부터 타당성 조사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윤 박사가 소외됐다는 관측이 시청 안팎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거제시는 ‘새 공원’을 원했고 윤 박사는 ‘영상박물관’을 원했다. 둘의 평행성은 좁혀지지 않았다. 거제시가 애초부터 사업 성격을 명확하게 그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태는 윤 박사의 ‘법적대응’ 발언으로 비화됐다. 지난해 3월 윤 박사는 김 전 시장을 상대로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선거용’으로 사업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거제시는 동부면 구천리 일원에 추진중인 난대수목원 조성 사업과 새 공원 사업을 연계하겠다는 ‘땜질식 처방’을 내놨지만 이미 윤 박사의 감정은 상할대로 상해 있었고 이때부터 사업 무산 위기가 점쳐지고 있었다.

윤 박사 떠나고, 민자유치도 어렵다

윤 박사는 지난해 5월 모 업체와 조류박물관 건립 관련 협약을 맺은데 이어 정부나 대기업 등과 협의해 자신의 자료를 활용한 공간을 만들 생각임을 밝힌 바 있다. 거제시와 다시는 협의를 재개할 생각이 없다는 점도 못 박았다. 윤 박사의 소장 자료는 한국새 370종 60만장의 사진과 동영상 1600여점, 새소리 340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박사가 거제시와의 결별을 선언한 지난해 8월 이후 거제시의 사업 추진은 어떻게 되가고 있을까. 동부면 구천리 일원에 민자투자를 유치해 새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 ‘잠정 보류’ 상태다. 거제시 관계자는 “민자유치가 관건인데 리스크가 작지 않다 보니 신뢰있는 투자자를 유치할 때 까지 사업 추진을 잠정 보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업부지 매입도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솟은 땅값 탓에 매입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이 사업과 연계하겠다던 난대수목원 조성 사업은 따로 추진되고 있다. 사실상 새 공원 조성사업은 물 건너 간 셈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까닭들이다. 새 공원 조성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7200만원’의 적잖은 용역비만 허비한 꼴이 됐다.

지역의 수준 있는 관련 전문가 부재, 행정과 의회의 엇박자, 사업의 핵심 당사자였던 윤 박사와의 불화가 겹치면서 ‘새 공원 조성 사업’은 시쳇말로 새가 되어 날아간 셈이다. 민자투자 유치도 경기 위축에 더불어 수백억대의 유동성 확보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베팅’할만한 투자자를 찾기도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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