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남해안을 만들기 위한 제2차 라운드테이블이 거제에서 마련됐다. 녹색경남21추진협의회가 ‘지속가능하고 살기 좋은 남해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이 사업(걷고 싶은 남해안 만들기)은 제주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의 사례를 통해 지역사회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모아 걷고 싶은 남해안을 ‘올바른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을 제안코자 하는 취지.

전국 대다수 지자체들이 경쟁하듯 유사한 걷는 길을 선보이면서 차별화되고 색다른 길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거제시 또한 거제의 해안길을 자연경관과 해양관광자원을 체험·감상할 수 있는 ‘테마가 있는 해안 순례길’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시청 중회의실에서는 이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인 ‘걷고 싶은 길’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제주올레, (사)숲길의 실무자가 참석해 주제발표를 통해 그 동안의 추진과정과 어려웠던 점, 문제점 등을 포함한 ‘거제의 걷고 싶은 길’이 지향해야할 부분을 짚어봤다.

또 거제YMCA, 늘푸른거제21, 좋은 벗 등의 지역 시민단체와 지역언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남발전연구원 등의 전문기관, 거제시 등 각계의 관계자가 패널로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걷고 싶은 길 만드는 데 주력해야”

기조발제에 나선 (사)제주올레 안은주 기획실장은 제주올레길의 탄생 과정 및 현황, 경제유발효과, 힘겨웠던 점 등을 차례로 설명한 뒤 거제 해안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안 기획실장은 “제주올레가 성공한 것은 사람들이 걷고 싶은 길을 만드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며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게 성공의 열쇠라는 점을 우선 강조했다.

나무데크 길을 놓거나 도로를 만들거나 하면서 길 본연의 모습을 포장하고 불필요한 쉼터, 지나치게 큰 화장실 등을 만들어 설치하는 건 ‘걷고 싶은 길’에서 중요한 것들이 아니라는 것.
걷고 싶은 남해안 길의 추진방향과 관련해서는 “제주올레에서 했던 것처럼 남해안(거제) 본래의 모습을 잘 지키고 되찾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걷고 싶은 길을 내는 것만큼이나 관리·운영 또한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숲길 이상윤 상임이사는 “지리산숲길 개통 이후 이용객들이 늘어나면서 관리·운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시설만 하고 관리·운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지 않아 방치되거나 흉물로 변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길을 찾아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역민에 대한 배려와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이 신선대를 둘러보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선 패널들 사이에 자유로운 형태로 의견이 오고가며 ‘거제의 걷고 싶은 길’에 대한 다양한 해법과 시각들이 쏟아졌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김일환 사무국장은 길에서 파생되는 경제효과 보다는 걷기 본연의 의미에 주안점을 둬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제주올레나 지리산숲길처럼 되려면 먼 길을 가야하고 시작단계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적이 아닌 결과로 받아야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YMCA 강순규 사무총장은 “거제는 지리산숲길과 달리 바다가 함께 있고, 제주도에 비해선 높은 산이 있어 잠재력이 있다”며 “구체적인 방향은 지역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늘푸른거제21 진휘재 사무국장은 기존 시각의 변화를 주문했다. 진 사무국장은 “기존의 시각을 개혁의 수준으로까지 바꿔가야 한다”며 “우리 주변에 있는 자산을 프로그램화, 네트워크화 시켜 쉽게 접근하고 감흥을 느낄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벗’ 오정림 기획실장은 거제의 길을 이른바 ‘거제 섬길’로 칭하고 섬이 간직한 역사성과 자연미에 주목했다. 오 기획실장은 토론문에서 “길은 보여주기 위해서, 손님을 끌기 위해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관광의 관점이 아니라 삶의 관점에서 길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려해상동부사무소 성경호 탐방시설과장은 “국립공원 지정 목적이 보전과 탐방이어서 탐방객 통제가 포함돼야 하는 반면 이용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점에서 상충된다”며 이 둘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도 당부했다.

해양수산개발원 이종훈 부연구원은 “길을 만들 때 이름을 붙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뇌리에 박히는 예쁘고, 독특한 이름을 선정할 경우 눈길을 잡을 수 있어 여러 면에서 사업이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전남발전연구원 김준 박사는 “외부자본 등의 큰 숙박시설이 아니라 마을 공간에서 소비되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며 “느티나무, 당산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주는, 묵혀진 샘에 굿을 칠 수 있어야 주민공동체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마을 소득창출이 단기적으로는 좋은 계기가 되지만, 공동체 지속을 위해서는 결과로서 경제적 이익창출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제시 김종천 해양항만과장은 “거제의 걷기 좋은 길은 2008년 초 기획, 걸어서 갈 수 있는 거제도를 주제로 탐방소, 데크, 먹을거리 등이 결합된 형태를 생각했었다”며 “주차 및 교통 문제 등은 시 전체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동열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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