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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선지가필유여경

배종근
/취재부장
춘추전국시대 때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부하 장수들과 연회를 베풀었다. 잔치가 한창 물어 익었을 때 갑자기 몰아친 강풍으로 연회장의 불이 모두 꺼져버렸다.
사방이 어두워져 아무 것도 안 보이는 틈에 장웅(蔣雄)이라는 장수가 평소에 마음에 두었던 장왕의 애첩을 더듬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 고함을 지르고 몸부림을 치던 와중에 장웅의 갓끈(纓)을 끊어 손아귀에 넣었다.
애첩은 장왕에게 “어둠을 틈타 저를 희롱한 자는 갓끈이 없으니 불을 밝히고 그 자를 잡아 처벌해 주십시오”라고 소리쳤다.
왕의 애첩을 건드렸으니 그 죄는 사형 이외의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좌중의 흥이 싹 가라앉고 취기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장왕은 의외의 말을 했다.
“불을 켜지 말아라. 그리고 모두 갓끈을 떼라. 불을 켰을 때 갓끈이 붙어있는 자는 엄히 처벌하겠다.”
왕은 그렇게 말하며 갓끈을 스스로 떼어버렸다. 자칫 피바람이 불 수 있는 상황에서 왕의 관용으로 무사히 넘어가자 다른 장수들도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뒷날 초나라와 진나라가 결전을 벌이던 때에 장왕이 위기에 처했다. 이때 장웅이 나서서 필사적으로 싸워 장왕을 구해내었다.
장왕의 관용이 그의 목숨 구제라는 큰 경사로 돌아온 예다.

주역(周易)의 문언전(文言傳)에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이라는 말이 있다. '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살면서 남에게 원한 질 일 없이 산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하물며 선행을 하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고 보면 보통 사람들이 지극히 평범하게 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평범을 거부하고 비범하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역대 보기 드문 가장 다이나믹한 선거판이 지금 거제에서 펼쳐지고 있다. 특히 예선만 통과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한나라당 후보 경선과정을 보면 가관(可觀)이 벌어지고 있다.
사천(私薦)이라는 논란을 시작으로 이제는 무조건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해 흠집내기와 네가티브로 치닫고 있다. 누가 됐던 최종 결정이 나고 나면 이후 남게 될 상처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심모원려(深謀遠慮)한 공약을 통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상대방의 흠결을 침소봉대하는데 급급하다. 유권자 한 사람의 지지라도 더 받기 위해 준비된 공약을 바탕으로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켜야 할 선거가 서로 물고 뜯는 전장으로 변했다.
이들에게 장왕과 같이 작은 실수를 과감히 품을 수 있는 원대한 관용을 바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지역의 리더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으로서 최소한 ‘상대방을 인정할 줄 아는 자세’는 가져야 할 것이다.

상대방을 인정한다면 그의 흠집보다 내 흠집을 먼저 인식하고 상대방과 관련된 사안에 무조건 네가티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상대방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올곧은 공약으로 지지를 얻는다는 건 곧 적선(積善)이다. 그렇게 선업을 쌓으면 유권자의 지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그 이후의 여경(餘慶)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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