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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작은 그릇보다 넉넉한 큰 그릇을 원한다

배종근
/취재부장
한나라당의 공천이 또 한번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역의원들의 공천 입김을 원천차단하겠다는 중앙당의 의지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처럼 한나라당 공천 관련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 17일 윤영 국회의원이 한나라당 경남도 공천심사위원에 선정된 뒤 지역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이후이다.

윤 의원은 이날 현저히 편파적인 공천 기준과 당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했다. 마치 도 공심위원인 자신에게 전지전능한 권한이 주어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먼저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은 지난 2008년 4.9총선에서 김한겸 시장이 김한표 전 거제경찰서장을 지원했다고 말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지나친 오해(김한표)”라고 말했다. 확인할 방법이나 정확한 증거는 없다. “시민들이 잘 알 것이다”고 윤영 의원이 말한 것은 증거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당 화합을 주도해야 할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명확한 증거도 없이 당원인 김한겸 시장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이는 비단 김 시장 개인의 명예훼손 뿐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명예까지 훼손한 셈이 된다. 김 시장 지지세력들이 김한표 전 서장을 지원했다는 표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당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일종의 해당행위인 셈이다.

누구보다 앞장 서 당 화합을 주도해야 할 당협위원장이 선거로 당원들간의 불화가 일 수 있는 민감한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표현으로는 매우 부적절했다.
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작심한 듯 김 시장에게는 불리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현직 프리미엄을 5~10% 정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현직에 있는 후보의 지지도가 10% 정도 앞서면 다른 후보들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다. 공정해야 할 게임의 룰을 무시한 발언이다.

또 자신이 여론조사를 주도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자신이 생각한 후보를 최종 낙점하겠다는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항간에는 김한겸 시장은 이미 배제됐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한나라당 거제시장 예비후보 경쟁은 김한겸 시장을 완전 배제한 여타 후보들간의 경쟁으로 비춰지고 있다. 과연 이게 공정한 게임인가. 공천(公薦)이라고 말할 수 있는 행태인가.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태를 없애기 위해 공천심사위원회를 만들고 현직의원들이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표했다. 당헌과 당규에 의해 추천된 후보들을 시민들의 여론을 묻는 과정을 통해 확정하겠다는 의지인데 윤영 의원은 전혀 그런 당의 의지를 수용하지 않는 것 같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김한겸 시장의 후보 배제 징후는 정치적 보복으로까지 보일 정도다. 거제시민들이 다 알다시피 윤영 의원과 김한겸 시장은 한 자리를 놓고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 두 차례 있었던 경쟁에서 모두 김한겸 시장이 이겼다. 한나라당 거제시 당원들과 거제시민들이 윤영 의원보다 김한겸 시장을 좀 더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들이라면 사감(私感)이 생길 수도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런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된다.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어야 시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있다.
김한표 전 서장을 지원했다는 낭설을 공적인 자리에서 여과 없이 말하고 현역 프리미엄을 감안하겠다고 한 표현은 사감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최근의 윤영 의원 행보를 보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국회의원이 시장후보를 낙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게 아니다. 한나라당 거제시장 후보를 낙점하는 것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몫이다. 공심위원들이 당헌, 당규에 따라 공정한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다. 윤영 의원은 경남도당 공천심사위원 중 한명에 불과할 뿐이다. 이를 마치 윤영 의원이 모두 결정하는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된다.

거제의 경우 시민들의 대표격으로 대외적으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1명과 거제시 행정을 이끌어 갈 시장 1명을 뽑는다. 모두 시민들의 뜻에 의해 선출되는 공무원이다. 지위의 고하가 없다.
거제행정의 수장이 될 중요한 시장 후보를 뽑는 역할을 똑같은 선출직인 국회의원 1명이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공천심사위원회가 있는 것이다.

넘치는 작은 그릇보다는 넉넉한 큰 그릇이 더 호감가는 법이다. 거제 시민들은 그런 거제시의 대표자를 원하고 있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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