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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정치

배종근
/취재부장
올 6월 2일을 겨냥한 입지자들의 발걸음이 쉴 새 없다. 지난 19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있고 난 뒤로는 더 그렇다.

선거사무실을 만들고, 기자회견을 벌이고,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발품을 팔기도 한다. 특히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구상에 각 선거캠프의 고심이 역력하다.

그 중 단연 최고의 이벤트는 도서출판 기념회인 것 같다. 진보신당 거제시장 예비 후보로 등록한 김한주 변호사가 첫 테이프를 끊은 후 민주노동당 이세종 거제시장 예비후보에 이어 유승화·권민호 한나라당 거제시장 예비후보 등이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또 오는 27일에는 김한겸 거제시장이 출판 기념회를 가질 예정으로 있다.

모두가 하나 같이 거제에 대한 사랑, 거제시민들을 생각하는 마음, 거제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책 속에 담고 있다.

행사가 열린 장소는 제각각이지만 이러한 행사를 위해 그들이 들인 비용과 행사장을 장식한 축하 화환 등 많은 비용이 투입됐을 건 불을 보듯 뻔하다. 만약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일 수 있다면 어떨까.

특히 행사장에 장식용으로 쓰일 뿐 그 이외의 어떠한 용도로 쓰일 수 없는 화환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절실하다.

출판 기념회를 축하하는 마음을 그 화환에 담았다고는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나면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가격도 만만찮다. 개당 10만원을 호가한다.

이러한 것들을 쌀이나 다른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품으로 바꿀 수 있다면 뜻 깊은 행사도 하고 이후 불우이웃이나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기탁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체육관에서 출판 기념회를 했다는 모 후보의 예를 보자. 화환이 500개 가까이 답지했다고 한다. 심지어 지역내 꽃집에서 수효를 감당할 수 없어 다른 지역에서까지 조달했다는 후문까지 들린다. 이 화환들의 개당 가격을 10만원으로 환산해도 5000만원이라는 거금이 된다.

이를 화환이 아닌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로 받고, 이를 주변에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기탁했다고 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하지만 이들이 행사를 하고 화환 대신에 쌀이나 다른 생필품으로 받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탁할 길은 요원하다.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그러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관위에 확인한 결과 화환이나 그런 것들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지만 쌀이나 다른 생필품은 축하 기념으로 받아 기탁한다고 한 뒤 일부만 하고 나머지는 현금화해서 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쌀이나 다른 생필품으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참 웃기는 세상이다. 이런 재미있는 법을 만드는 나라이니 외국인들이 이 나라를 향해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부르는 것이리라.

그렇다고 그냥 여기에서 글을 맺자니 아쉽다. 그래서 진부한 이야기 한번 해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다. 풀이하면 ‘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이다. 한 사회의 상층부가 솔선수범하는 것을 말한다. 정치인들, 즉 사회 리더 그룹이 그러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반드시 병역의 의무를 다 해야 하고 전쟁이라도 난다면 앞장서서 전쟁터로 달려가야 한다. 불의나 부정을 보면 고발해야 하고 지역사회나 국가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 일을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하는 것 등이다.

우리가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는 노블레스들은 어떤가. 지금은 세종시를 놓고 혈전을 벌이고 있다. 정파간 싸움도 모자라 같은 당 내에서 계파간 전투를 하고 있다.

우리 지역 정가도 다가오는 6.2지방선거를 놓고 물밑에서는 이들과 다르지 않은 혈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 출판 기념회도 따지고 보면 이런 혈전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음이다.

어느 후보의 출판 기념회를 장식했다는 그 수많은 화환은 그 사람의 세를 가시하기 위함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후보들의 화환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신들이 그 화려한 화환으로 세를 과시하는 동안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은 그 화환 한 개 값의 돈이 없어 고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6.2지방선거로 향하는 모든 예비후보 여러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하는 정치를 정말 보고 싶습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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