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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애완, 유기되는 생명들

윤미숙
/통영거제환경련 정책실장
‘쓰뱉달삼’.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는 말을 인터넷식 은어로 정리하면 대강 이런 말이 된다. 처음에는 이쁘고 귀여워서 키우다가 귀찮은 일이 많아지고 하다보니 버림을 받은 동물들이 많다. 지난해 거제지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모두 161마리로 이 가운데 겨우 8마리만 주인 품으로 돌아갔고, 21마리는 분양돼 새 ‘터’를 잡았으나 나머지 132마리는 전부 안락사 당했다고 한다. 유기동물 10마리 중 8마리가 원치 않는 죽음을 맞은 셈이다.

작년 통영의 욕지도에서는 외지에서 여행을 와서 개를 버리고 가는 바람에 주인없는 떠돌이 개들이 여럿 발생,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들 중 일부는 오매불망 도로가에 서서 주인을 기다리다 차에 깔려 죽거나 굶어서 아사직전에 가거나 혹은 개장수에게 잡혀가 목줄만 남겨두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같은 몰인정한 사태의 배경을 두 가지의 원인으로 짐작해볼 수 있겠다. 그 하나는 애완동물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서 비롯된 경우이다. 애완동물을 들일 때 동거를 위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의 부족이다. 마치 물건을 구매하듯 순간적인 감성으로 결정한 경우인데 지식과 책임감 결여가 낳은 비극이다. 다른 하나는 생명경시라는 말세적 판단이 내린 우울한 결과이다.

애완동물은 아이들의 사회성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의 보고가 종종 있다. 침착함을 회복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이해심이 깊어진다고 한다. 특히 우울증환자와 자폐아를 비롯 품행장애아 등 행동발달 이상 아동들을 치료하는데 애완동물의 도움을 받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에서는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열가지 방법’중에서 애완동물 기르기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복지재단, 숭실대, 원광대 대구대에서 보육원의 맞벌이 자녀들에게 애완견을 키우게 하고 2년동안 사례를 조사한 결과 내성적인 성격이 활달하게 바뀌고 사회성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노인병학회에서는 나이들어서 아이들이 모두 독립한 노인들이 애완동물을 키우면 우울증이 사라진다는 결과보고를 내놓기도 했다. 애완동물은 장수에도 영향을 줘 미국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는 ‘10가지 장수비법’에 애완동물 키우기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에서는 코번트리워릭대학 연구팀의 자료를 공개했는데 기존의 우려를 뒤엎는 사례발표였다. 즉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어린이들은 어린 시절 더 많은 감염에 노출되고 이 감염을 통해 장기적으로 면역체계가 강화된다’고 보고가 그것이다.

무엇보다 동물 즉 생명을 대하는 일은 사람의 정서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세상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에서 누군가의 삶과 생명연장을 돕는다는 존재감도 덩달아 생기게 된다. 하나의 존귀한 생명을 다만 귀찮다고 내다버리는 부모들의 행위를 지켜본 자녀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자랄 것인가를 조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차마 할 짓이 못된다.

버린 사람들의 인격도 물론 몹쓸 일이지만 개탄하기보다 필요한 공급처를 찾는 일도 중요하다. 애완동물이 갖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어려운 가정이 있을 수 있고,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동의 가정에 치유의 목적으로 필요한 곳이 있을 것이다. 또한 찾아오는 이 없어 적적한 노인들이나 양로원 시설에도 좋은 길동무가 될 것이다. 다만 안타까워하기보다 구매와 공급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일도 사회복지의 한 차원이라고 할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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