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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의 동백 숲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다상록활엽수림 우거진 오솔길 품은 지심도

세상이 잿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겨울철 비로소 제 색을 띠는 꽃이 있다. 남해안의 겨울을 알리는 동백(冬柏)이다. 해마다 12월 무렵에 첫 꽃망울을 터트리는 동백은 이듬해 3월까지 피고 지길 반복한다. 그 동백 하나만으로도 절경을 이루는 곳이 바로 장승포 앞에 떠 있는 자그마한 섬 지심도.
장승포항에서 6㎞ 정도 떨어진 지심도는 도선으로 20분쯤 가면 닿는다. ‘지심(只心)’이란 섬 이름을 뜯어보면 ‘다만 마음 뿐’이란 뜻. 그 ‘마음’ 무언지 알 길 없지만, 아마도 섬 가득 피는 붉은 동백꽃처럼 선홍색이 아닐까. 바닷바람 매섭던 지난 18일 지심도에서 반세기 세월을 견딘 동백 숲 거닐며 마음속을 들여다봤다.


지심도 전경


지심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의 형상이 ‘마음 심(心)’자를 닮은 폭 500m, 길이 1.5㎞의 작은 섬이다. 후박나무, 해송, 생달나무, 참식나무, 팔손이 등이 빼곡한 원시림의 보고. 섬 면적의 절반가량이 동백나무로 뒤덮여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이곳은 섬 전체가 하나의 상록활엽수림을 이룬다. 주변이 사계절 푸른빛을 띠는 것은 이 때문.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에선 한낮의 해가 수줍어 낯을 가릴 정도로 그늘이 짙다. 찬찬히 걷다보면 숲의 향기와 새소리(동박새 등)에 오감이 절로 취한다.


지심도의 백미는 떨어진 동백꽃들이 주단처럼 깔리는 광경이다. 넋을 빼놓는 황홀한 장면을 접하기엔 아쉽게도 아직은 때가 이르다. 3월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
동백은 필 때 만큼이나 떨어질 때도 예쁜 구석을 잃지 않는 꽃이다. 시들기도 전에 굵은 눈물을 쏟아내듯 툭툭 떨어진 꽃송이가 보는 이의 가슴 한구석을 아리게 하는 것은 동백만의 매력으로 꼽힌다.

아담한 선착장에서 섬 중턱 쉼터까지의 지그재그 오솔길은 동백나무 터널이다. 길 양쪽으로 동백나무가 둘러 싼 모습이 마치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아 이곳 주민들이 붙인 이름이다.
원시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품은 이 길은 수령 100년이 넘은 아름드리 동백나무로 울창하다. 가장 오래된 것은 500년이 넘었다고 한다. 동백터널을 벗어나면 민박촌. 드문드문 자리 잡은 집들이 정겹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지심도의 속살이 하나 둘 펼쳐진다. 까마득한 해안절벽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고, 대나무 숲도 만난다. 바다를 건너온 겨울바람이 ‘쏴~’ 하고 청량한 소리를 내며 지나는 느낌에 머릿속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지심도의 가장 꼭대기로 올라서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활주로로 쓰기 위해 평평하게 닦아 놓은 제법 널찍한 곳이 나온다. 지금은 잔디가 깔려 헬기장으로 이용되고, 해안경관을 조망할 수 있게끔 잘 꾸며져 있다.
근처엔 1960년 4월 23일 신축된 일운초등학교 지심분교장이 있다. 작은 건물 한 채가 전부지만 1956년 11월 20일 인가된 후 1994년 2월 28일 폐교를 맞기까지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심도 아이들의 ‘배움터’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이제는 여러 운동기구들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지심도는 문학의 낭만과 추억이 깃들어 있는 섬이기도 하다. 작가 윤후명 선생은 지심도를 소재로 한 ‘새의 초상-팔색조’ 등을 발표했다. 문학적 소재로서의 가치까지 지닌 셈이다.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2008 휴양하기 좋은 섬 베스트 30’에 선정된 지심도가 가진 매력은 동백이 지나온 세월만큼 깊고 푸르다.


지심도의 역사


거제도 본섬과 지척인 지심도는 행정구역상 거제시 일운면 옥림리(산 1번지)에 속한다. 조선시대에는 거제현 고현면(일운면) 지심리였으나 1913년 일제에 의해 통영군 일운면 옥림리로 변경됐다.
북쪽으로 진해만과 부산 가덕도, 동남쪽으로는 대한해협과 일본 쓰시마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총면적 33만8609㎡에 둘레는 3.5km.

지심도는 ‘경상도속찬지리지’에 지사도(只士島)로 기록돼 있다. 또 다른 문헌에선 지삼도(只森島, 여지도서), 지삼도(知森島, 거제부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1980년까지만 해도 지삼도와 지심도를 혼용해 쓰다가 현재의 지심도(只心島)도 굳어졌다. 일본군은 보라섬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섬에는 동쪽 끝 벌여, 동섬(떨어진 섬), 대패너를, 굴강여(굴이 있는데 뽈락이 잘 잡히는 곳), 굴밑(방공호 자리), 애물깨, 노랑바위, 솔랑끝(끝에 소나무가 자람), 마끝(남쪽 끝), 새논개, 볼락지리 등의 독특한 지명이 있다.



‘각사등록’에 보면 지심도는 영조 30년(1754) 3월 22일 이후 쓰시마 어민들이 지세포나 용초도(통영시 소재) 등지로 어업활동을 하고자 찾아 왔을 때 쉬어가는 곳이었다. 또한 쓰시마 도주(島主)들이 조선에 조공을 바치거나 외교사절단을 파견할 경우에도 옥포에 있는 왜학소의 역관이 올 때까지 지심도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지세포진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지심도는 현재 14가구 22명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주로 밭농사, 유자 재배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으나 최근엔 찾는 이가 많아져 민박도 많이 한다. 낚시꾼들의 좋은 포인트로도 알려져 있다.

이동열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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