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운 /KFG 경남BO 부지점장

벌써 김장철이 되었다. 남부지방 특히 거제도는 12월 중순 이후 김장하는 것이 맛있는 김장을 담그기에 좋은 때라고 한다. 김장을 위한 배추를 고르는 주부들의 눈매에는 사뭇 맛있는 김장김치 경연 대회에 참가한 듯한 매서움까지 느껴진다. 옆집 김치 보다 맛있고 내가 담근 김치는 누구나 '너무 맛있다'며 먹기를 은근히 바라는 주부의 기대도 한창이다.

그런데 골라온 배추를 반을 싹둑 갈라보니 속이 비었다. 김장 김치가 아니라 유부김장처럼 속을 쌀밥으로 채워도 될 듯하다. 그렇다면 배추를 잘못 고른 주부님의 잘못일까 아니면 트럭 위에서 속이 꽉 찬 배추라며 호언장담을 하던 배추장사의 잘못일까? 마지못해 그냥 김치를 담그기로 했으면 솜씨 좋은 주부들은 그만큼이라도 맛있는 김치로 정성껏 담그겠지만 만약 배추가 아니라 펀드나 보험 상품처럼 금융상품을 가입을 했는데 알고 보니 속이 텅 비었다면 어떨까? 게다가 상품을 권유한 사람의 말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혜택을 제대로 못본다거나 금전적 손실을 크게 봐야하는 경우라면 당장 반품, 아니 해약을 해버리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상품 구매자가 알고 있는 내용과 사실이 다르거나 크게 과장된 내용을 전달받아 가입한 금융상품의 경우를 ‘불완전 판매’라고 일컫는다. 그래서 금융 당국이나 소비자 보호관련 단체에서는 이러한 부자격자들의 펀드나 보험 상품의 가입권유 행태를 강하게 감독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CS자산 운용사의 펀드 불완전 판매로 인해 손실을 본 고객들의 법적배상청구로 법원은 손실액의 약50%가량을 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을 최근 내렸다. 그 외에도 소비자보호단체는 보험관련 불완전판매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려준 경우(39.6%),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단정적으로 알려준 경우(21.1%), 보험계약시 자필서명을 받지 않은 경우(17.5%), 약관이나 청약서를 주지 않은 경우(5.4%) 처럼 보험설계사들의 불완전 판매 사례를 조사, 발표했다.

물론 일부 금융상품의 경우에는 자기 책임하에 이득과 손실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중요한 내용을 누락 또는 허위로 전달하거나 중요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심각하다 할 것이다.
자필서명의 경우 예를 들어보자. 2001년 종신보험에 가입한 남편이 사망하자 보험회사는 5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배우자에게 지급하길 거절했는데 이유인즉, 남편이 생전에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가입할땐 자필에 대해 아무소리 없다가 정작 큰 돈 줄때가 되니 꼬투리를 잡는다. 그외에도 최근 가장 많은 불완전 판매 사유로 중요한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려준 경우가 있다.

물론 일부 자격 없는 판매 권유자들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충분히 이해한 후에 가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와 동시에 현명한 구매자 되기란 이미 언급된 불완전 판매 유형에 스스로가 해당하지 않도록 자필서명을 꼭 해야 하고 판매모집인들의 의무준수를 분명히 요구하는 것이 나와 가족을 보호하고 금전적 손실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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