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고현동 옛 공영주차장 부지에서 열린 SSM 입점 반대 시위 현장에 한 이방인이 따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거제지역 조선사내 하청회사에서 근무하다 회사가 폐업해 다른 회사로 옮겨간 동료들과는 달리 고용이 성사되지 못한 강병재(46)씨였다. 그는 원청회사의 의도적인 개입으로 인한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벌써 8개월째 1인 시위를 지속중이었다. 그의 고용이 이뤄지지 못한데는 이유가 있다.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라는 노조 성격의 단체구성을 주도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을까. 원청회사든 하청회사든 노조를 반기는 회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노조를 포기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얼까. 하청 노동자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싶다는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비정규직 노조 조직해 8개월째 힘든 투쟁
하청회사 노동자 처우 개선 ‘구심체’ 강조

“3년 전부터 조선사내 비정규 하청노동자조합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직영 정규직 노동자들도 조합이 있잖습니까. 하청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서도 노조는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부산에서 살다 거제로 온 그는 지난 2005년부터 거제지역 대형조선사의 사내 하청회사에서 근무했다. 하청회사 근로자들의 모습이 너무 피폐해 보였다고 한다. 사내 하청회사의 경우 직영 근로자들과 부대끼는 상황이니 더 그렇게 보일수도 있을터다. 월 400시간 이상은 일해야 생활급을 손에 쥘 수 있는 현실과 늘 주눅이 들어있는 것만 같은 하청 근로자들의 모습에서 이들을 위한 노조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지난해 초부터 하청노동자 소식지도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직영 근로자들의 노조 계파 중 하나인 ‘현민투’의 도움을 받았다 했다.

“제가 속해 있던 회사가 돌연 문을 닫게 됐지요. 회사 대표의 건강상 이유와 경영난 등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지만, 글쎄요.. 대표께선 나름대로 10년 이상 경영을 잘해오셨고 심각한 경영 위기도 없었습니다.”

원청회사가 개입해 ‘위장폐업’을 시켰다는 게 그의 주장.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활동에 반감을 가져서라는 것이다. 회사는 폐업했지만 동료들은 별개의 회사들로 고용이 승계됐다고 했다. 그 당시 산재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강씨는 몸이 다 나을 시점, 동료들이 있는 하청회사로 연락을 취했으나 “당신을 고용할 수 없다”는 냉랭한 답변만 들어야 했단다. “원청회사도 당신을 꺼릴 것”이란 얘기도 들었다 했다. 하노위에 소속돼 있던 다른 3명도 고용되지 못했다.

“지난 6월 하청 노동자 김모씨가 부당한 퇴사 조치를 항의하며 분신을 시도했었습니다. 그 사건에 대해서도 1인 시위에서 부당성을 강조했었지요. 문제는 하청회사의 실질적인 관리주체가 원청회사라는 점입니다.”

그는 사내 하청회사의 운영 구조가 원청회사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는 현실이 큰 문제라고 강변한다. 독자적 운영 기반을 갖춘 ‘협력회사’의 개념이라기 보다 원청회사의 잣대에 좌우돼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도 힘들어지며, 그래서 형식만 띠고 있는 ‘하청회사’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거제시 위원회와 민주노총 등의 적극적인 지원도 바랐다. 원청회사 노조의 간접적인 지원은 일부 있었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지원이 없다고 털어놨다.

“서울 본사와 청와대 등에서 상경 투쟁을 벌일 생각입니다. 마침 제 사례와 비슷한 재판이 현대중공업과 관련돼 진행중인데요. 고법 판결까지 나왔는데 하청회사 노동자의 사용자는 원청회사라는 게 요지입니다. 대법까지 확정 판결이 나면 법적 대응에도 도움이 되겠죠. 1인 시위를 하며 모금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십시일반을 부탁드려 봅니다.”

전의승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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