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작황에다 판로 확보 문제까지 겹쳐 담배를 피워 문 농심..

배춧값이 떨어지고 이상 기후로 인해 작황도 만족스럽지 못한 수양동 양정마을 배추농가들이 판로 확보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주로 식품회사와 ‘계약 재배’를 통해 배추를 출하하는 시스템 탓에 완전 판매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산지를 직접 찾는 소비자들에게 예년의 절반 가격으로 팔거나 일부 농가에선 산지 폐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양정마을 배추농가들에 따르면 올해는 고온현상에다 출하를 앞둔 시기의 갑작스런 폭우 등으로 예년에 비해 작황이 좋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정마을은 거제지역 배추농가 중 3.5ha 규모로 연초, 하청 등 총 6ha에 이르는 재배농가 중 절반을 넘는 곳이다. 속이 꽉 찬 좋은 품질을 자랑하며 해마다 풍작을 거둬왔다.

그러나 올해는 작황이 좋지 못한데다 가격까지 떨어져 판로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통상 kg당 220원선에 계약되며 포기당 최고 2500원선까지 팔리던 가격이 올해는 1000원선에 그치고 있다는 것. 식품회사 한 곳만이 독점적으로 계약을 맺고 있는 점도 농민들의 고충을 가중시킨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산지를 직접 찾는 소비자들에게 덤으로 몇 포기까지 줘가며 박리다매로 판매 하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산지 판매를 했지만 가격이 절반 이상 떨어져 올해는 울며 겨자 먹기 식이 되고 있다. 거제시와 농협 등이 나서 판로 확보와 보상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다. 지난해는 거제시가 일부 피해 보상을 추진했으나 올해는 실질적인 대책이나 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루들이 배춧잎사귀를 뜯어먹는 것은 차치하고 배추밭 곳곳을 헤집기도 해 엎친데 덮친 격이다.

10만여 포기를 재배하는 반기윤씨는 “올해가 작황이 가장 좋지 않다”며 “농약도 뿌리지 않고 친환경적인 재배를 해왔는데 윤달이 끼어 있어 8월 말에 모종을 일찍 심었던 게 실수였던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고온현상이 지속되고 산성비까지 내려 작황이 나빠진 듯 하다”면서 “식품회사와 7톤쯤을 계약했는데 절반도 출하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한숨 지었다.

전의승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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