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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안일함 버리고 ‘중심’부터 잡아라- 신종플루에 대처하는 거제시를 보고

이동열
/취재기자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이하 신종플루) 감염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거제 전역을 뒤덮고 있다. 신종플루 첫 사망자 발생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확진환자가 잇따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환자보다 지역사회 감염이 더 많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신종플루 사태에 대처하는 거제시 보건당국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우선 ‘안일함’이 화를 불렀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당사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임에도 당초 정부의 신종플루 진단기준(37.8℃ 이상의 발열을 동반한 콧물.인후통.기침 등의 자각증상)에만 얽매여 의심환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미덥지 못한 보건행정’이란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긴 했어도 초기 진화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한동안 빗발치는 신종플루 문의 전화를 감당하기도 벅차 보건소의 일반적인 업무는 마비될 지경이었다니 한바탕 ‘홍역’만 치른 격이다.
그사이 시중에는 단순히 열이 나는 증상만 있어도 신종플루를 의심하거나 심지어 감염됐다고 여기는 ‘자가진단’ 사례까지 생겨나는 등 공포 분위기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신종플루 대응지침이 ‘확산방지’에서 ‘치료중심’으로 갑자기 바뀌면서 보건당국과 의료계가 혼선을 빚는 등 신종플루 확산을 염려하는 시민들을 더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지난 21일 학교, 군대, 사회복지시설 등 집단환자의 확진검사 및 항바이러스제 투약은 보건당국(보건소)이 맡고 중증환자를 포함한 개인환자는 치료거점병원을 포함한 민간 의료기관이 진단, 진료하도록 진료체계를 변경했다.
그러자 ‘뜻하지 않은’ 역할 분담으로 진료부담을 떠안은 일선 의료계에서 ‘엇박자’가 연출됐다. 일부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의심환자에 대한 진료를 사실상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져 가뜩이나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불만을 산 것. 전국적으로도 서울대병원이 정부의 거점치료병원 요구를 시설미비 등의 이유를 들어 처음에 거부했다가 수용한 사례 등이 이러한 ‘불협화음’의 범주에 있는 것이다.

환자수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신종플루가 치명적인 공포의 대상은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종플루 환자로 판명됐다 하더라도 대부분 치료되고 있으며 폐질환 등 고위험 요인이 없거나 초기상태인 경우는 타미플루 등 치료제를 쓰지 않고 해열제 등 일반적인 대증치료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신종플루에 대한 지나친 공포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시가 뒤늦게나마 ‘진료 전 자가진단’을 금하고 신종플루에 대한 올바른 정보(감염 후 완치되면 평생면역) 등을 담은 서한문을 배부, 불안감 해소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아울러 신종플루와 관련한 상당수 업무(진료, 투약, 검사 등)들이 일반 의료기관으로 변경됐다지만 여전히 보건소가 공중보건의 최일선인 만큼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예의 안일함을 버리고 확실한 ‘중심’을 잡길 바란다. 가을 대유행이 예고된 마당에 시민들이 안심하고 보건행정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이기도 하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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