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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준설토 오비투기와 거제시의 이중행보

신기방 /편집국장

자기집 대문 앞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쓸어 담아 옆집 대문 앞에, 그것도 ‘슬쩍' 갖다 버린다면….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의 진해 속천항 준설토 거제오비 모래부두 안쪽 투기가 꼭 그런 모양새다.
마산지방항만청은 진해 속천항 물양장 축조공사 과정에서 나온 준설토를 거제 오비 모래부두 안쪽에 투기할 계획을 세우고, 지난 17일부터 1차분 2만㎥의 준설토 반입을 시도하다 지역 내 반대여론에 밀려 투기가 일시 중단됐다.

개항 100년이 넘은 진해 속천항은 내만 깊숙한 도심 항구로서,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오염이 심각했던 해역이다. 생활오폐수에 의한 유기물질과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속천항의 썩은 퇴적물은 사실상 해충덩어리나 다름없다. 이 퇴적물을 퍼 올려 고현항 오비 모래부두 안쪽에 투기하는 것이다.

속천항 준설토 투기계획을 이대로 용인할 경우 몇해전 진해 웅동 일대를 들끊게 한 ‘깔따구'떼 재앙이 불보듯 한 상황이다. 더구나 오비는 진해 웅동 준설토 투기장 보다 면적이 훨씬 적다는 이유로 곤충 성장억제제 살포없이 그대로 쏟아붓고 있어 이 같은 우려를 더해 준다.

마산항만청은 속천항 준설토의 고현항(오비) 투기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나 주민설명회는 고사하고, 당해 기관인 거제시와 최소한의 협무협의 조차 없었다고 한다. 단지 마산항만청 관할 구역내에 투기장이 지정돼 있고, 지정된 투기장에 준설토를 채운다는 데 웬 소란이라는 투다. 그러면서 ‘조속한 투기완료로 항만기능 제고(提高)'라는 명분포장은 요란하다.

도대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썩은 준설토를 거제 오비에다 퍼 붓는 게 ‘고현항 기능제고'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지난 2006년 부산신항 준설토를 면밀한 환경영향평가 없이 진해 웅동에 무턱대고 퍼 붓다 깔따구 떼 등이 창궐하면서 주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 줬고, 결국 18억원에 이르는 피해배상까지 한 경험을 항만청은 벌써 잊은 모양이다.

고현항은 지난 2001년 4월 주변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항만정비 차원의 개발기본계획이 수립됐다. 당시 기본계획 용역결과 고현항에서 약28만㎥의 준설계획을 세우고, 여기에서 나온 준설토를 6개지역(고현, 오비1·2, 장목, 외해, 부산신항 투기장)에 투기한다는 내용을 고시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현재 고현항은 당시 해수부가 세운 항만개발기본계획에서 벗어나, 인공섬 조성을 골자로 한 ‘고현항 재개발 기본계획수립'이 확정단계에 와 있다. 8년전과 비교해 지금은 주변환경은 물론 개발계획 자체가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그럼에도 마산항만청은 고현항 내 인공섬 개발에 따른 준설 필요성이 사라졌으므로, 기 지정된 투기장에는 관할지역(타 지역) 준설토를 우선 투기하겠다고 고집한다.
그러나, 고현항에 인공섬을 만든다고 해서 별도의 준설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공섬 조성에 따른 바다매립 시 기본적으로 뻘층은 걷어내고 매립토를 새로 붓는다. 5,000톤급 이상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항로 추가준설도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발생되는 준설토는 어디로 가야할까. 바로 지척에 있는 오비 투기장으로 가면 된다. 그때가서 유용하게 써야 할 지척에 있는 투기장을, 고현항 뻘층보다 몇십배는 더 썩어있을 타 지역 준설토로 메워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난 15일 진해 속천항 준설토 반입직전 새거제 보도를 시작으로 지역언론·시민단체·지역정치권·인근주민 등이 앞다퉈 항만청을 성토하자 시민정서도 갈수록 악화됐다. 그제야 마산항만청은 타 지역 투기검토를 흘리며 거제오비 투기를 잠정 중단했다.
문제는 거제시의 이상한 태도다. 거제시는 지난 17일 마산항만청에 보낸 긴급공문에서 ‘진해 속천항 준설토 (오비)투기로 깔따구떼·악취발생 우려에 따른 민원 대책이 시급하다'며 ‘투기를 일시 중단하고 주민설명회 등으로 해소방안(이해, 설득)을 강구해 주민동의를 얻은 뒤 사업추진을 당부한다'고 요구했다.

거제시의 공문내용은 진해 속천항 준설토의 거제 오비투기 원천차단에 무게가 있기보다는, 우선 발생한 민원을 잠재운 뒤 사업(투기)을 계속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주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라는 친절한(?) 주문까지 하면서 말이다.
거제시 해당부서 관계자는 지난 20일 시의회에 출석해 속천항 준설토의 오비 투기장 반입을 중단시켰고, 앞으로도 더 이상 가져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역언론사에도 비슷한 해명을 해 왔다. 그런데도 기관과의 실질적 행정행위는 완전히 딴판이다. 속 다르고 겉 다른 거제시의 태도에 뭔가 속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산항만청이 고현항 인공섬 조성에 따른 특혜성 양해를 하는 대신, 거제시가 속천항 해충덩어리의 오비투기를 묵인하기로 했다는 항간의 밀약설이 자꾸만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신기방 기자  koje2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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