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전 거제지부장 배병철(42·농업 7급)씨가 야인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공무원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노조사무실 강제폐쇄에 맞서 삭발 투쟁을 지속하다 지난 2007년 2월 파면된지 2년2개월만에 법원의 ‘화해권고’로 복직하게 된 것. 개인의 고통도 그렇지만 가족들의 고통도 컸을터다. 어떻게 지냈으며 지금은 어떤 심정일까. 농업기술센터 휴게실에서 배씨를 만났다.

공노조 사무실 폐쇄 당시 삭발 투쟁에 파면
법원 ‘화해권고’로 노조활동 관련 최초 복직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시장님 이하 거제시 공무원들의 도움과 격려도 큰 힘이 됐지요. 지금 심정은 참.. 뭐라 말할 수가 없네요.”

지난 2006년 9월 22일, 거제시청 본관 뒤에 자리한 공무원노조 사무실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태호 경남지사의 인사권 남용 논란이 경남공무원노조의 반발을 불렀고 정부가 공노조를 불법단체로 못 박는 수순까지 갔다. 사무실 폐쇄 지시가 각 지자체에 하달되자 거제시는 행정대집행에 나서 노조지부장이었던 배씨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연좌 농성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대집행에 나선 공무원들의 손에 하나 둘 떼내어졌고, 마지막까지 남았던 배씨가 눈물을 흘리며 비통해하던 모습이 기자의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는 그래야만 했습니다. 막아내지 못할지언정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고 판단했죠. 단지 공무원들만의 안위를 위한 행동이 아니었어요.”

공직사회 개혁을 주창했던 그는 사무실폐쇄에 이은 천막농성으로 행동을 이어갔고 2007년 2월 6일, 경남도 인사위원회에서 ‘해임(파면)’ 을 통보받았다. 정직(직무정지) 3개월쯤을 예상했기에 해임 통보는 다소 충격이었다.
“파면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얼얼하더군요. 그 당시 노조 활동을 했던 다른 시군 공무원도 7명이나 파면됐습니다. 저를 포함해 지금까지 6명이 복직했네요. 짧지 않은 시간을 재판에 걸어야 했던거죠.”

복직이 늦어진 게 아니냐는 물음에 ‘법원은 복직에 긍정적인데 검찰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이런저런 요인들이 얽히면서 늦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한겸 시장이 1심 진행 당시 배씨의 복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음에도 지난해 6월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항소심까지 올라가면서 그의 생활도 불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공노조 경남본부가 있는 창원에 임시거처를 마련했죠. 본부 사무실로 출근했습니다. 최소한의 생계비를 받으며 지냈어요. 장모님이 제가 창원에 있다는 걸 아시고 의아해 하시기도 했죠. 파면됐다고 차마 말할 수 없어서 파견 근무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노조 사무실과 법원을 오가며 2년여를 보냈다. 판사의 마음을 녹여보자는 게 그 당시의 심정이었단다. 공노조 활동을 제외하면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키지도 않았고 직무에서도 성실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법원은 올해 2월 3일 ‘화해권고안’을 거제시에 보냈다. 거제시가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지난 92년 공무원시험에 합격하던 때와 7급으로 승진하던 때의 기분이 지금과 비슷할 듯 하다며 말끝을 잇지 못하는 배씨. 2년여전 사무실 폐쇄현장에서 눈물과 함께 초췌했던 얼굴에 다시 화색이 감도니 원만한 새출발을 기대케 한다.

“3월30일자로 원직에 복직했습니다. 거제시 법무계와 인사계 직원들의 노력이 컸어요. 노조 활동에 따른 해임 공무원 중에 화해권고로 복직된 사례는 제가 처음이라더군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해야죠.”

전의승기자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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