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개발 골재 공급을 이유로 남해 EEZ 인근에서 바다모래를 채취하려는 정부 방침과 어민들의 반발이 수년째 맞붙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바다모래 채취를 전제로 ‘해사채취의 친환경적 관리방안’이란 타이틀을 붙여 대학 연구팀에 용역을 준 사실이 어민들에 의해 드러났다. 지난 5일 통영시청에서 열린 국토해양부의 설명회는 어민들을 배제한 채 지난해 11월 이미 공개된 내용이었다. 어민 반발에 설명회를 허겁지겁 재차 연 셈이다. 거제 통영 남해는 물론 부산지역 어민들까지 우려하고 있는 바다모래채취. 어민 반발에는 아랑곳없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이 사안과 관련해 ‘해사채취반대 거제어민대책위’ 이정생 위원장(남해안해양환경보존협의회 사무처장.옥포)을 만났다.

'해양부 설명회는 해사채취가 전제’ 지적
“채취해역 피해조사부터 선행돼야” 강조

“기가 찰 일이죠. 어업피해영향조사는 이뤄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번 설명회도 그래요. 모래채취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도거든요. 성난 어민들 불러다 놓고 모래채취 잘 해보겠다는 심산 아닙니까.”
이 위원장은 지난 5일 설명회 현장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던 어민들 중 한 명이다.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그는 “이런 설명회를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 장시간 설명회 보단 질의응답 시간으로 대체하라”고 성토했다. 그의 주장에 다른 지역 어민들도 힘을 보태며 설명회는 파행으로 치달았고 정부 관계자와 용역팀 교수들이 진땀을 빼야했다.

“어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겁니다. 이번 설명회가 경남도 요구에 의해 열린걸로 돼 있는데요. 지난해 11월에 어민들은 배제한 채 그들끼리 설명회를 가졌단 겁니다. 그 사실을 제가 확인했고 정부에 따지고 들었죠. 왜 어민들은 빼놓고 당신들끼리 그러냐고 말입니다.”
지난 2001년께부터 본격화된 바다모래 채취는 통영 욕지도 남남동 50km 해역에 집중돼 있다. 남해안 어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용역팀 교수진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바다모래를 계속 채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8,000만㎥에 가까운 물량을 목표로 지난 06년부터 채취에 나서고 있는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는 2,640만㎥를 계획하고 있다. 채취단지 관리자는 수자원공사다.

“채취 해역에 가보면 엉망입니다. 그물을 투척해 어민들이 직접 조사해보려 했는데 못하게 하더군요. 피해가 분명하니 그러는게 아니겠습니까.”
부친을 이어 지난 93년부터 어업(연안통발 및 자망)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 위원장은 5년전 남해안 19개 수협이 결성시킨 ‘남해안 해양환경보존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일해오며 이번 사안에 관심을 가져왔다. 기자와 만나던 날에도 수자원공사 측과 피해영향조사 등 관련절차를 논의하다 돌아온 길이었다.

“반드시 피해영향조사를 성사시켜야죠. 어민보상 여부는 그 후의 일입니다. 객관적인 조사가 선행돼야 피해 규모가 어떤지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최근 들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어민피해보상금 부당편취와 관련해 “보상과 관련한 문제는 모든게 원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는 피해영향조사를 거쳐 피해규모를 정확히 분석해 채취를 계속하며 어민보상에 들어갈지, 피해가 막심해 채취를 전면금지할지 여부를 따지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걱정이 큽니다. 채취 해역이 거제 해역 영향권에 속해 있어요. 바다환경훼손은 자명한 일이지요. 그로 인한 어족자원 감소도 불 보듯 뻔합니다. 어민들과 함께 투명한 절차가 진행되도록 계속 신경 쓸 생각입니다.”
인터뷰 중 급하게 걸려온 듯한 전화를 받은 그는 표정이 굳어갔다. 통화를 끝낸 뒤 “채취선이 지정해역을 벗어나 마구잡이로 채취하고 있다는 어민 제보를 받았다”며 “감시 카메라를 달아야 할 판”이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전의승기자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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