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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 안되는 의정비 결정
심의위원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신기방
/편집국장

의정비 심의위가 기어코 일을 냈다. 시의원의 의정비를 상·중·하로 구분해 차등 지급키로 결정한 것이다. 금액차이가 많게는 459만원에 이른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들 말대로 전국적인 유례가 없는 최초의 결정이다. 모르긴 해도 ‘이토록 훌륭한 결정을 언론에서 왜 반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투다.

의정비 차등지급은 심의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많았다. 관련법에 ‘차등지급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차등지급 해도 된다'는 것이 심의위의 핵심 논리다. 공직자에게 ‘부당한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명문규정이 없다면 ‘부당한 뇌물은 받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나 마찬가지다.

상식밖의 법 해석에 당황한 거제시가 상급기관인 행안부에 ‘차등지급 가능' 여부를 질의했다. 그러자 행안부는 ‘동일 자치단체 내에서의 차등지급은 안 된다'고 분명히 일러줬다.
심의위 스스로가 이 내용을 행안부에 질의했을 때도 ‘동일 자치단체내에서의 차등지급은 불가하다'는 분명한 통보를 받았다. 그럼에도 심의위는 이를 ‘행안부의 자의적 해석'이라며 무시했다.

시의원들이 ‘복잡한 정치행위의 단순평가는 불가능하다'며 하나같이 말렸건만 소용이 없었다. 필자역시 ‘상급기관의 유권해석을 무시한 월권이자 한건주의 발상'이라며 지면을 통해 ‘자중'을 당부했지만 결국 무시됐다.

의정비심의위의 구분(차등)지급 결정통보에 대해 거제시와 시의회가 공히 재심의를 요구했다. 이 또한 전례가 없던 일이다. 거제시는 ‘상위법령에 저촉된다'는 행안부 회신공문을 근거로, 시의회는 ‘상위법령 저촉, 위원회 권한 일탈, 의정활동 지표의 비현실성'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의정비 심의위가 두 기관의 재심의 요구를 받아 들일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헌 위원장이 특정 언론을 통해 밝힌 글로 미뤄, 현재로선 재심의 의사가 없는 듯 하다.

두 기관의 재심의 요구를 의정비심의위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시의회가 행안부 기준액을 우선 지급한 뒤, 심의위의 재심의 결정이 이뤄지면 그때가서 정산하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심의위 결정을 일단 받아 들인 뒤 법적 판단에 맡기는 방식이다. 절차는 다소 복잡하다. 시의회가 심의위 결정대로 조례를 개정하고, 거제시장이 상위법에 저촉되는 조례개정을 제의요구 한 뒤, 다시 대법원에 제소하는 방식이다. 조례 제·개정에 따른 분쟁은 ‘고도의 정치행위'임을 들어 곧바로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거제시가 택할 방법은 첫 번째 방법이 유력해 보인다. 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하지 않는 한 법적 분쟁인 대법원 제소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의회 또한 상위법 저촉 등을 들어 조례개정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있다. 이렇게 되면 한 달 가까이 시민혈세 써 가며 심의위를 가동한 실적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결정은 했지만 반영이 안되기 때문이다.

시민혈세 써 가며 반영도 안 되는 결정을 해 놓고 ‘전국 최초' ‘창조적인 선택적 방법' 운운하면 기분이 좋을까. 전국적인 이슈 만들기에 성공했다며 자위해도 괜찮을까.
‘전국최초 창조적 결정'에 대한 자부심보다 ‘법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한건주의 발상'으로 치부해 전국적인 ‘망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이들이 알고나 있을까.
의정비 차등지급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상급기관이 두차례나 ‘안 된다'고 강조한 사안을 굳이 ‘된다'고 밀어붙인 결과가 ‘반영'도 안되는 무의미한 것이라면 뭣 하러 그 난리를 쳤느냔 말이다.

현행법상 정상적인 의정비 지급을 위해서는 심의위의 재심의는 불가피해 보인다. 단번에 그쳤어야 할 시민혈세 회의비는 재심의에 따라 또 나가야 한다. 결과적으로 시민혈세만 축 낸 꼴이다.
심의위원은 이에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의정비 재산정이 불가피한 사안이라면, 더 이상 이들에게 재심의를 맡겨서는 안된다. 자신들의 명분에서 물러서기도 힘든 만큼 스스로 위원직에서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안된다는 걸 굳이 밀어붙여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지만,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 돼 버린 결정을 한 이들이 재심의를 통해 정상적인 의정비 산정을 할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때 마다 회의비가 같은 사람들에게 나가야 하는 것도 넌센스다.

회의첫날 발상수준의 안건을 ‘전국 최초 결정'이라고 떠벌리던 ‘의정비 차등지급'은, 더 이상의 망신없는 ‘전국 최후의 결정'이 되기 위해서라도 기존 심의위원은 전부 사퇴해야 한다.

신기방기자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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