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열 /취재기자

정치(政治)를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일화 가운데 하나가 상앙의 ‘이목지신(移木之信)’이다.

진(秦)나라 효공(孝公) 때 재상인 상앙이 나라의 기강이 서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백성들의 나라에 대한 불신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래서 궁궐 남문 앞에 길이 삼장(三丈)의 나무를 세우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십금(十金)을 주겠다’는 방문을 붙였다.

그러나 옮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오십금(五十金)을 준다’고 다시 붙였다. 어떤 사람이 상금은 기대하지 않고 장난삼아 나무를 옮겼다. 그랬더니 정말 방문에 적힌 대로 오십금이 하사됐다. 그 후 진나라는 백성들의 신뢰를 토대로 부국강병을 이뤄 국세(國勢)를 키웠고 이는 곧 시황제의 중국 통일로 이어졌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의(信義)라는 것을 보여준 일화다. 부모와 자식, 부부, 친구 사이는 물론 나아가 정치에서도 신의, 곧 믿음이 지켜져야만 관계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다.

최근 후반기 원구성 후유증으로 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거제시의회를 보면 과연 시의원들이 ‘이목지신’의 지혜를 알고나 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예정된 ‘짝짓기’에서 벗어난 선거 결과가 불러온 새 산건위원장의 돌연 사퇴, 이어 벌어진 의결정족수 미달에 따른 본회의 불발 및 긴급 의원간담회 무산, 정례회 일정의 파행 등 일련의 사태는 마치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 하다.

20만 시민의 뜻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의 시의원들이 ‘감투싸움’으로 제 할일은 팽개친 채 명분 찾기에만 급급하니 누가 봐도 혀를 찰 노릇이다.

굳이 따진다면 ‘교황선출방식’에 따른 제도적 문제로 돌릴 수는 있다. 정치 도의(道義)를 저버린 쪽이나 사실상 팽(烹) 당해 불만이 가득한 쪽이나 저마다 응당 내세울 이유는 있겠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까지 자유로울 순 없다.

가뜩이나 노골적인 ‘편가르기’와 ‘나눠먹기식’ 선거라는 비난과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후반기 원구성 결과는 밀실에서 진행되는 교황선출방식의 폐해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과 다름없다.

의회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진 마당에 그깟 ‘감투’ 하나 차지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정당공천과 유급제 전환 등 기대 속에 출범한 5대 시의회는 결국 가장 중요한 민심(民心)에다 의원들간 믿음까지 동시에 잃어버리는 과오(過誤)를 범했다.

민심이 곧 천심(天心)이라 했다. 앞으로 갈등이 봉합돼 의회가 정상화 되더라도 이번 일은 두고두고 인구(人口)에 회자될 것이다.

더욱이 지난 4대 의회도 후반기 의장단 선출에 따른 ‘앙금’이 2년 동안 이어졌던 것처럼 이번 진통도 쉽사리 가실 것 같지는 않다.

시민의 뜻을 헤아려 섬기기보다 ‘밥그릇 싸움’으로 일관한다면 어느 유권자가 선뜻 지지를 보내겠는가. 걱정과 안타까움이 앞선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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