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규대로 적용하면 거제 예비주자 4명 공천신청도 못 해

한나라당이 29일 열린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부정부패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당규를 원칙대로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해당 조항의 ‘유연한 해석’을 주장해 온 강재섭 대표는 공천심사위 방침을 전해 듣고 거취문제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박근혜계 김무성 최고위원이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며 반발하고 있고 나머지 친박계 의원 상당수가 이에 가세해 ‘정치적 운명 동행’을 결의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공심위 “당규 원칙적용”

공천심사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정종복 제1사무부총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현행 당헌·당규를 따르기로 했다”며 “선거법을 제외하고 부정부패와 연루된 정치자금법·형법 위반자에 대해선 당헌당규를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부총장은 또 “이 밖에도 공직후보자 부적격자로 규정한 9조에 대해서도 공천심사 과정에서 사안별로 판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심위는 공천심사 기준으로 △당선 가능성 △전문성 △도덕성 △의정활동 역량 △당 기여도 등 5가지를 확정했다. 공심위는 2월9일 회의를 다시 열어 신청자를 개별 심사할 예정이다.

현행 ‘공직 후보자 추천 규정’ 3조 2항 및 9조를 문구대로 적용할 경우 김무성 최고위원을 비롯해 30여명의 현직 의원 및 이명박·박근혜를 도왔던 거물정치인 상당수의 공천이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지역내에서도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한 예비인사 7명 중 4명이 이 규정에 묶여, 공천신청이 사실상 봉쇄된다.

반발 거세자 공심위 후퇴

강재섭 대표는 정 부총장의 브리핑 소식을 듣고 난 뒤 “정치라는 것은 당헌·당규를 떠나 서로 신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하면 한나라당은 자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핵심 측근이 전했다.

강 대표는 특히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며 30일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불참할 가능성도 내비쳤다고 이 측근은 전했다.
강 대표가 말한 ‘신의’는 지난 23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만나서 한 공천과 관련한 ‘약속’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30일엔 더 격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김무성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치보복이자 토사구팽이다. 한번도 당적을 바꾼 적 없는데 당에서 쫓아내니 당적을 버릴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친박계 의원 20여명도 공심위 결정을 성토하며 모호한 당규를 손질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당헌·당규대로 따르겠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은 맞지만, 아직 소급 적용 여부, 예외조항 첨부 등에 대해선 정해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공천 신청을 받은 뒤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원칙을 강조하던 안상수 원내 대표도 “당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천신청을 받은 뒤 적합 여부를 심사하자”는 절충안을 내놨다.

28일도 격론 끝 결론유보

이에 앞서 안강민 위원장을 비롯한 11명의 공심위원은 지난 28일 첫 회의를 열고 2시간40여분에 걸쳐 공천심사 기준을 놓고 논의 도중 ‘표결을 하자'는 얘기가 나오자 위원들 사이에 “위헌적 규정을 표결로 밀어붙이려는 위원회엔 더 이상 참가하지 않겠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공천기준과 관련한 이날의 논란은 공천 부적격자에 관한 당규가 문제가 됐다. 한나라당 ‘공직후보자 추천규정' 제3조2항과 9조(표 참조)는 “혐의의 범위나 시점 등을 명시하지 않아 적용하기 모호한 측명이 많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며 위원장 등은 당규를 손질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회의가 시작되자 이방호 사무총장이 규정 얘기를 꺼냈다. 일부 위원은 “당규는 공천 기준이다. 원칙은 예외없이 지켜져야 한다"며 엄격한 적용을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위원들은 “규정이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다.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게한하면 나중에 공천무효 소송 등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었다.

이에 대해 “법률적 해석이 아닌 국민의 정서나 여론이 더 중요하다. 규정에 해당되는 이들은 공천 신청조차 해선 안 된다"는 재반박이 이어졌다.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자 일부 위원이 “표결로 정하자"고 제한했다.

하지만, 한 위원이 “위원적 의결을 숫자로 밀어붙여 강행할 거면 난 아예 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버텼다. 공심위는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채 29일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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