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진 오
/본지 대표이사

S형!
최근 부산 해운대구는 달빛을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해운대의 이름난 ‘달맞이 언덕’에 ‘문탠 로드(moontan road)’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문탠’이란 햇볕에 피부를 그을리는 선탠(suntan), 즉 일광욕(日光浴)을 응용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월광욕(月光浴)이라고 할 수 있는 ‘문탠’은 달빛의 기운을 받아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뜻을 담은 말입니다.

해운대구 관계자(관광문화과)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달빛이 인간의 정신과 면역력, 생리작용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용해 우울증 등 난치병 환자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는 얼마전 외신보도를 보고 달빛을 관광 상품화 하기로 착안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운대 ‘달맞이 언덕’은 정월 대보름날 달 뜨는 모습이 ‘대한 팔경(八景)’에 들 정도로 달과 인연이 깊은 곳이어서 달빛 관광지로는 적지라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문탠 로드’는 달맞이 언덕 어귀에서 해월정 광장, 달맞이 어울마당을 잇는 목재 테크 길 1.5㎞ 구간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달맞이 언덕 입구에서 ▲달빛 정기(精氣)를 잘 받을 수 있는 걷기와 호흡법을 배운 뒤 해월정 광장까지 걸어가 ▲기체조ㆍ명상을 하고 달맞이 어울마당에선 ▲달빛 아래 음악회를 즐기도록 한다는 구상입니다.

해운대구는 날씨가 따스해지는 오는 4월20일(음력 3월 보름)에 첫 행사를 가진 뒤 매달 보름날 ‘문탠 로드’행사를 가질 계획입니다.

S형!
2년전 이 칼럼을 통해 ‘신라의 달밤을 팝니다’란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의외로 큰 반응이 있었습니다. ‘신라의 달밤을 팝니다’란 경주에 있는 신라(新羅)문화원이 개발한 경주 시내 야간관광 테마프로그램의 이름입니다. 서라벌의 화려했던 천년 사직(社稷) 유적들에 야간 경관조명이 점등 됨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 역사 유적지를 달빛 속에 거닐어 보는 관광상품입니다. 신라문화유산 해설사들의 전문적이고 흥미로운 해설과 궁중음악의 선율이 달빛 속에 녹아 흐르는 야간 신라 역사기행은 해마다 1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가수 현인의 출세곡인 대중가요 신라의 달밤과 서라벌의 야간 역사기행을 조화롭게 버무린 ‘신라의 달밤을 팝니다’는 경주의 숙박업소와 맛집까지 곁들인 문화체험으로 관광상품 개발의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S형!
거제에도 흑진주 같은 몽돌을 씻는 파도소리와 무인(武人)들의 쿠데타로 쫓겨난 왕이 지낸 800년전 고려왕성은 ‘신라의 달밤’이나 ‘문탠 로드’에 못지 않는 훌륭한 관광자원임이 분명합니다. 학동 몽돌해변은 이른 여름철부터 초가을까지 한 낮에만 피서객이 몰려드는 해수욕장이 아니라 사계절 야간에도 관광객이 찾아드는 명소로 달라지는 날은 언제쯤이겠습니까?

‘바닷소리’가 사람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편안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연구 결과가 일본에선 화제입니다.
수년 전 니혼대 홋타겐지(堀田健治)교수팀은 “파도가 치면서 만들어지는 초음파가 사람 뇌 속의 알파(?)파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변을 거닐거나 바닷가에 나서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는데 이는 시야가 확 트이는데다 파도소리가 만드는 초음파가 알파파를 만들어 내 사람의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 이라는 것입니다.

파도가 파도끼리, 또는 해변에 부딪치면서 가청(可聽) 영역에서 들을 수 없는 초음파까지 여러가지의 음파를 만들어 내고 그 중 초음파가 사람의 두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설명입니다.

홋타교수는 “파도의 초음파가 환자들의 병 치유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학술 보고도 있다”며 “바닷가야 말로 자연의 치유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최고의 사계절 휴양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연구는 파도에서 생기는 초음파가 인간의 생리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조사한 것인데 암벽에 강하게 부딪치는 파도소리 보다는 넓게 퍼진 바닷가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사람의 스트레스 해소에는 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최근 스트레스가 돌연사(突然死)의 원인으로 밝혀져 더욱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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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둔덕면 거림리에 있는 폐왕성(廢王城)은 838년 전인 서기 1170년 당시 무인들의 쿠데타였던 ‘정중부의 난’으로 왕권(王權)을 찬탈 당한 고려 18대 임금 의종(毅宗 서기 1127~1173)이 3년간 유폐되었던 곳입니다. 고려왕성은 해발 326m인 우봉산 허리 5천여평의 타원형 부지에 축성된 산성으로 지금도 높이 4.85m의 성벽 526m (두께 4m)와 성문 3곳이 그대로 남아 있어 보존 상태가 대체로 양호한 편이며, 지금도 고려시대의 청기와 조각이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800년 전 고려왕성에 초대합니다’란 관광상품이 만들어져 ‘파도소리 치료’와 함께 거제에 새로운 관광명소가 전국에 알려진다면 거제 관광객은 내ㆍ외국인을 합쳐 한해 1천만명에 육박할 것입니다.
문제는 관계자들이 관광자원에 대한 낡은 의식을 깨고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발상의 전환으로 전력 투구하는 ‘시정(市政)의 혁신’이 절실합니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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