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중등학예발표대회 각 부문 '최우수' 독식
동·서양 음악 조화로 '우리 고유의 것' 추구

옥포 2동에 자리한 '명정음악학원(원장 김명정)'이 국악 꿈나무들의 요람이 되고 있다.

이 학원 출신 학생들이 지난달 11일에 열린 '경남중등학예발표대회'에서 각 부문 최우수를 휩쓸었다는 것. 정진아(계룡중 3)양은 전통 성악 독창 부문에서 최우수를 차지, 거제교육장상을 받았고 중등부에서도 최우수(도교육감상)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노영주(거제중 3·현 미국교환학생)양도 성악 독창 부문에서 최우수를 거머쥐었다. 김주형(중앙고 1) 군은 고등부에서 우수를 차지했으나, 최우수 수상자가 따로 없었다는 점에서 최우수로 평가된 셈이다.

두 개 부문 최우수를 차지한 정진아 양은 이미 서울국립국악고교에 합격했다. 이 학원 출신 이세은 양(서울국악예고)은 이화여대에 입학하게 됐고, 김윤지 양(서울국립국악고교)도 한국예술종합대학에 합격한 상태.

이처럼 이 학원이 거제지역 국악 꿈나무들의 요람이 되고 있는 것은 피아노를 가르치는 김명정 원장과, 정가(正歌)의 한 계통인 시조창을 가르치는 김 원장의 부인 이양주씨의 독특한 교수법에 힘입은 바가 크다.

거제박물관 대학 강의를 주관하기도 하며 각종 행사에 초청돼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알려 온 시조창 명인 이양주씨와 피아니스트 김명정 원장은 지난 90년 선보인 한국 최초의 동·서양 음악이 만나는 작품 '태극'에서 함께 공연, 그 실력을 인정받았었다.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이들은 우리 고유의 전통 음악이 서양 음악에 묻혀 버리는 듯한 현실을 안타까워 했고, 지난 95년 부산에서 거제로 옮겨와 학원을 열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녹음해서 분석하는 등 우리 고유의 것을 창조하고 싶었다는 게 김 원장의 얘기.

자신은 피아니스트로 지내온 만큼, 판소리를 했던 부친을 둔 부인 이씨가 시조창을 연마하는데 조력자로 나섰다는 것. 이양주씨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학원을 연 10여년 동안 초·중학생 200여명에게 시조창을 가르치며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려왔다.

시조창과 피아노를 각각 가르치고 있지만, 동·서양 음악의 조화로 우리 고유의 것을 보다 깨달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학원의 '인성교육'이다. 자칫 공교육에서 소홀할 수도 있는 부분이 이 학원에서 충족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 학생들이 학원에 들어서면 반드시 해야하는 몇 가지 의례가 있다.

신발정돈과 옷 털기, 그리고 "안녕하세요! 000 왔습니다!"라고 외쳐야 한다. 학원에서 배운 시조 두어 수도 차분하게 외운다. 인사와 이름을 우렁차게 외치는 게 자신감을 키운다면 옛 성현들의 좋은 글들을 되뇌는 것은 차분함을 유도한다. 몸과 마음을 수양케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왠지 범상치 않은 의젓함을 지닌 아이들은 예외 없이 이 학원 출신이란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학업 성적도 향상된다고 했다. 자폐 증세가 있던 학생의 음악 재능을 키워내 큰 대회에서 기량을 뽐내게 하고 자폐 증세를 치유했다는 일화를 허투루 넘길 수준이 아닌 까닭들이다.

그들의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큰 무대에서 피아노 연주와 시조창이 어우러진 공연을 펼치는 것인 듯 했다. 피아노 즉흥 연주가 뛰어나다는 김 원장과 시조창 명인 이양주씨가 함께 하는 공연이 거제에서 성사될지 두고 볼 일이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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